페이스북 저커버그·아마존닷컴 제프 베조스 등 새 리더로… 구글 에릭 슈미트·MS 빌 게이츠 등은 한발 뒤로
지난달 30일 미국의 한 벤처포럼에서 27세의 청년이 미국 IT 파워의 상징이자, 기술과 자본이 가장 잘 어우러진 벤처의 요람이라는 ‘실리콘밸리’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실리콘밸리는 너무 단기간의 실적에 초점을 맞춘다. 근시안적이다. 새로운 뭔가를 해보려는 문화가 없다.”
누구도 그의 비판이 과하다고 지적하지 않았다. 오히려 경청했다. 그 청년은 애플·마이크로소프트·인텔·구글에 이어 미국 IT 패권을 이어갈 차기 주자인 페이스북 설립자 마크 저커버그(Zuckerberg)였기 때문이다.
전 세계 IT 리더십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 스티브 잡스, 에릭 슈미트, 빌 게이츠 등 IT업계 거인들이 큰 흐름을 이끌던 시기가 막을 내리고 있다. 애플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였던 잡스는 세상을 떠났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경영 일선에서 한 발 물러난 상태다.
이제 전 세계에 8억명의 회원을 확보한 페이스북의 저커버그 CEO와 ‘킨들’이라는 e북 단말기로 미국인들의 독서 문화를 바꿔버린 아마존닷컴 제프 베조스 CEO 등이 새로운 리더로 떠올랐다.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털 회사 클라이너퍼킨스 코필드앤바이어스(KPCB)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 ‘인터넷 트렌드 2011′은 이같은 IT 패권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KPCB는 과거 구글·페이스북·아마존·그루폰·징가 등의 설립 초기에 투자해 막대한 수익을 올린 회사다.
KPCB는 “애플·구글·아마존·페이스북이 인터넷·모바일 혁명기를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애플의 기업 가치가 3730억달러(약 420조원)로 가장 컸고, 구글(1770억달러)·아마존(1080억달러)·페이스북(770억달러) 순서였다.
‘제2의 잡스’로 불리는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는 점잖으면서도 자신감에 넘치는 인물이다. 그는 최근 애플의 아이패드를 겨냥, 199달러짜리 초저가 태블릿PC ‘킨들 파이어’를 선보였다. 베조스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나는 새로운 일을 개척한다는 점에 닮은 점이 많고, 그래서 우린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베조스 CEO는 실리콘밸리가 아닌 시애틀에 자리를 잡았고, ‘시애틀에서 가장 큰 소리로 웃는 사람’으로 불린다.
신(新) 패권의 또 다른 특징은 중국·러시아 거물의 등장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꼽은 ’2011년 중국에서 가장 빨리 성장한 기업’인 중국의 포털 바이두의 리옌훙 회장. 560억위안(약 10조원)의 재산을 가져 중국에서 두 번째로 돈이 많은 인물이다.
최근 “야후를 인수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잭 마(중국명 마윈) 회장도 주목받는 인물이다. 직설적인 화법으로 유명한 잭 마는 중국 관영은행이 온라인 결제시스템의 도입에 미온적으로 반응하자, “은행이 바뀌지 않으면 우리가 은행을 변화시키겠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모바일·인터넷 기업 가치도 급등 추세다. KPCB 보고서는 중국 검색업체 바이두(이하 괄호 안은 기업가치 460억달러), 게임 회사 텐센트(410억달러), 러시아의 포털 얀덱스(80억달러)·메일루(60억달러) 등을 주목했다.
미국 IT패권의 한 축을 담당하며 이른바 ‘TGiF’(트위터·구글·아이폰·페이스북) 중 하나로 꼽히는 트위터는 ‘정중동’의 상황이다. 트위터 가입자는 2억명을 넘고, 이 중 절반은 한 달에 한 번 이상 트위터에 접속한다. 여러 나라에서 선거 때마다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하지만 구글·페이스북과 달리 기업으로선 아직 명확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한 상태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브라이언 블라우 분석가는 “트위터는 광고주에게 매우 좋은 수단이지만, 이용자들은 광고로 가득찬 트위터 계정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위터의 올해 매출이 1억5000만~2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1990년대 후반 ‘닷컴 열풍’을 이끌었던 야후의 창업자 제리 양도 ‘지는 해’다. 야후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2000년대 이후 제대로 된 혁신을 만들지 못했다. 제리 양은 현재 야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저커버그·베조스·잭 마 등 새로운 IT 리더십이 가는 지향점은 ‘커넥티드(Connected·서로 연결된) 모바일 기기’다. 스마트폰 이용자는 현재 8억3500만명. 장기적으론 56억명의 휴대폰 이용자들이 모두 스마트폰으로 연결될 때 전혀 새로운 IT 시대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모바일 검색량은 2007년에서 2011년 사이에 4배 늘었다. 모바일 광고(어플 판매수익 포함)는 2008년 7억달러에서 올해 120억달러로 급증하고 있다. 모바일 커머스(상거래)도 비슷한 추세다. 인터넷의 포털 권력은 기운이 쇠하고, 소셜네트워킹(인맥관리) 서비스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미국 온라인 배너 광고 시장의 30%는 소셜네트워킹 서비스가 차지한다. 포털 몫은 21%다.
KPCB 보고서는 “2억명의 인도 농부들이 정부의 세금 고지서를 휴대폰으로 받아보는, 예전과 전혀 다른 세계가 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